모헨조다로의 배수로, 인공지능이 해석하면 무엇을 말해줄까?

인공지능이 고대 도시 모헨조다로의 배수로를 분석한다면 무엇을 발견할까? 이 배수 시스템은 단순한 설비를 넘어, 문명, 위계, 인간관계, 환경 적응 전략이 정교하게 얽힌 '데이터 집약적 구조'다. AI 시각에서 본 이 배수로는 기술 이전에 철학이었다.

 

 

4,500년 전의 도시, 모헨조다로는 물을 어떻게 다뤘나

기원전 2600년경에 번성한 인더스 문명의 대표 도시 모헨조다로는 파키스탄 신드 주의 인더스 강 유역에 위치해 있다. 고대 도시 유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정연한 도시 계획과 발전된 위생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복잡하게 얽힌 ‘배수로 시스템’이다. 이 배수망은 가옥, 도로, 공공시설에서 나오는 오수를 효율적으로 흘려보내는 동시에, 도시 전체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엮는 정교한 망을 형성했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이 이러한 고대 구조를 분석한다면, 단지 물을 흘려보내는 기술적 설비를 넘어선, 그 사회의 권력 구조, 환경 적응 전략, 위계적 사고방식까지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규칙성의 패턴: AI가 먼저 감지하는 도시 알고리즘

AI가 모헨조다로의 유적을 항공 촬영 이미지, 고고학 도면,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 등으로 분석할 경우, 가장 먼저 포착하는 것은 거리 간격의 규칙성과 건축물 사이의 간격이다. 특히 주거지마다 연결된 U자형 배수구, 직선 중심의 메인 배수로, 교차로의 수직 분기 구조 등은 도시 전체에 통일된 ‘규칙 기반 설계’가 적용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AI 입장에서 하나의 알고리즘, 즉 ‘배수로 기반의 도시 제어 코드’로 해석할 수 있다. AI는 이런 반복성과 대칭, 패턴을 통해 인간 설계자의 의도를 역추적하고, 해당 사회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계획 경제와 정보 교환을 전제로 움직였는지를 유추한다.

 

수리 네트워크는 위계의 반영이다

AI가 네트워크 이론을 기반으로 모헨조다로의 배수 시스템을 분석한다면, 이는 물리적 경로 이상의 것을 드러낸다. 중심 배수로는 보다 넓고 직경이 크며, 주변의 보조 배수로는 가늘고 짧다. 이 구조는 현대의 인터넷 노드와 유사하게, 중요 노드(중심가)에서 정보와 자원이 집중되고, 주변으로 분산된다는 위계적 흐름을 따른다. AI는 이를 ‘중앙집중적 네트워크’로 분류하고, 도시 중심부에 거주한 이들이 더 나은 위생 혜택과 제어권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는 단지 물길의 문제를 넘어, 고대 도시가 이미 자원의 흐름을 통제하고 정치적 위계를 공간에 반영했음을 보여준다.

 

하수의 흐름, 인구와 노동의 흐름을 말하다

모헨조다로의 배수 시스템은 단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과 일상을 담아내는 동적인 흐름의 기록이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구조에서 ‘사용 흔적(usage pattern)’을 분석하며, 어떤 지역에서 하수가 많이 배출되었고, 어떤 경로를 통해 집중되었는지를 통해 인구 밀집도와 노동 집약도를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량의 배출 흔적이 집중된 교차 지점은 시장 혹은 공공시설일 가능성이 크고, 그 주변 배수로의 경사와 수량은 당대의 노동 강도, 시간대별 활동 패턴까지 간접적으로 가늠케 한다. AI는 이 데이터를 통해 ‘보이지 않는 도시의 리듬’을 그려낸다.

 

오류가 드문 구조, 예외처리의 흔적

인공지능이 설계된 시스템을 검토할 때 핵심적으로 보는 것은 예외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다. 모헨조다로의 배수로에서 AI가 감지할 수 있는 한 가지 독특한 요소는, 비가 많은 계절에도 배수로가 범람하지 않도록 한 우회로 구조, 즉 ‘이중 유입구’나 ‘비상 배출구’의 존재다. 이는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당대 설계자들이 자연의 불규칙성을 예측하고 시스템에 예외처리를 내장했음을 의미한다. AI 관점에서 이는 고대 도시의 ‘예측 기반 모델링’, 즉 오늘날 말하는 시뮬레이션적 사고가 이미 존재했음을 뜻하며, 이를 통해 고대 도시가 정적이 아니라 동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지속가능성의 원형: 자율 순환 시스템의 구현

AI가 현대 도시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분석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자율 순환성’이다. 물이 어떻게 정화되고, 다시 자연계로 편입되며, 최소한의 자원 손실로 순환되는지가 주요 평가 항목이다. 모헨조다로의 배수로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놀라운 수준의 자율 순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오수는 도시 외곽의 침전 탱크를 거쳐 토양에 흡수되도록 설계되었고, 일부 배수관은 도로 하부를 따라 흐르며 자연 지형의 낙차를 활용해 자력으로 이동되었다. 이는 오늘날의 친환경 도시계획과 유사한 ‘패시브 디자인’의 시초로서, AI는 이를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매긴다.

 

건축물과 배수로의 결합, 데이터 일체형 구조

AI가 건축 데이터를 다룰 때, 구조물 간의 통합성과 상호작용성을 분석한다. 모헨조다로는 배수로가 건축물에 ‘부속’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주거 설계와 함께 통합적으로 설계된 ‘일체형 인프라’로 이해된다. AI는 이를 ‘데이터 일체형 구조물’로 분류하며, 이 도시가 배수로를 하나의 독립 설비가 아닌 ‘건축적 메타 구조’로 인식했음을 지적한다. 각 주택의 바닥 배출구, 벽면 관로, 거주자의 사용 동선까지 일괄적으로 고려된 이 설계는, 데이터 기반 건축 설계가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모범 사례로 인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감정 없는 해석에서 철학으로의 도약

AI는 데이터를 통해 논리적 구조를 분석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철학까지는 해석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그 해석의 발단은 AI가 제시한 ‘구조적 증거’로부터 출발한다. 모헨조다로의 배수로를 통해 AI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물을 체계적으로 다루었는가? 이는 곧 자연에 대한 경외, 공동체 위생에 대한 윤리,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세계관에 대한 철학적 접근으로 이어진다. AI는 인간의 손으로 설계된 구조물에서, 그 손이 품었던 ‘생존을 넘은 사유’를 읽어내는 기반을 제공한다.

 

AI가 재구성한 모헨조다로: 문명이 남긴 시스템적 기억

결국 인공지능이 모헨조다로의 배수로를 해석한다는 것은, 그것이 남긴 '시스템적 기억(systemic memory)'을 다시 꺼내 읽는 일이다. 배수로는 물길이자 삶의 흐름이었고, 구조물이자 관계의 망이었다. AI는 이 구조를 통해 단지 설계의 정밀함이나 기술 수준을 넘어서, 인간이 어떻게 환경과 공존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패턴을 발견한다. 그 배수로는 단지 물을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관과 문명의 질서를 흘려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