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감정의 디지털화,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기쁨, 슬픔, 분노, 사랑과 같은 인간의 감정은 오랫동안 인문학과 예술, 심리학의 주제였다. 그러나 오늘날 감정은 더 이상 오로지 인간 내부의 사적인 경험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생체 센서와 표정 분석 기술, 음성 톤 인식, 뇌파 측정, 심지어 알고리즘 기반의 감정 추론 시스템은 인간의 감정을 수치화하고 예측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고 있다. 기술은 이제 ‘기분이 좋다’는 느낌조차도 데이터화하며, 기업과 기계는 이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조정한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 감정의 의미와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감정이 디지털화될 수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감정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글은 인간 감정의 디지털화가 가능한 기술적 현황과 그것이 가지는 윤리적, 철학적, 실천적 한계..
인공지능에게 '책임'을 묻는 시대는 가능한가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기술의 차원을 넘어, 인간 사회의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역할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은 의료 진단이나 금융 투자, 범죄 예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실용적 효율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윤리적 질문에 직면한다. 기계가 자율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시대에, 그 결과에 대해 인공지능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면 여전히 인간, 혹은 인간이 만든 제도에만 책임을 귀속시켜야 하는가. 이 글은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책임성 개념을 중심으로, 윤리, 법, 기술, 철학의 관점에서 이 복합적인 물음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기술과 인간의 융합이 개인의 정체성을 파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의가 다시 쓰이고 있는 전환기의 한가운데에 있다. 인공장기, 두뇌-기계 인터페이스, 유전자 편집, 웨어러블 기기까지, 인간의 육체와 기술은 점점 더 밀접하게 융합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구조를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기술이 개인의 지각, 행동, 의사결정, 심지어 감정까지 조절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우리는 점점 더 중요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이와 같은 융합은 인간 정체성의 진화인가, 아니면 파괴인가. 본 글에서는 기술과 인간이 융합되는 다양한 방식과 그 사회적, 철학적 함의를 고찰하며, 기술이 개인의 고유성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성찰해보고자 한다. 1. 정체성의 개념: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구성..